2026년의 3/4가 지났다. 전업 인디 개발자가 된 지도 어느덧 2년이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만드는 일은 즐겁다. 다만 지난 2년을 돌아보니, 즐겁게 만드는 것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처음 6개월,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들다
회사를 그만둔 뒤 첫 6개월은 무척 즐거웠다. 만들고 싶었던 것,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따라가기보다 내 관심사에 집중했고, 하나의 메인 프로젝트를 두면서 나머지는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부담을 낮춰 만들었다.
그때는 자유로워진 것이 가장 큰 보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업으로 일한다는 감각을 조금 더 일찍 가졌어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일과,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일은 함께 생각해야 했다.
외주를 하며 배운 일의 방식
메인 프로젝트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던 때, 이전 회사 동료에게 외주 문의가 왔다. 내 프로젝트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채 몇 달 동안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했다. 고객과 요구사항을 맞추고, 정해진 일정과 비용 안에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당시에는 개발 비용도 지금보다 높아 외주 일을 이어갈 만했다.
외주는 현실적인 수입과 경험을 줬지만, 내 제품을 키우는 시간은 줄었다. 이제는 외주를 계속하는 대신 SaaS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편이 맞는지 자주 생각한다. 아직 답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을 선택하든 시간과 수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보다 더 따져보게 됐다.
캐나다에서 꿈꾸던 노마드 생활
캐나다에서 여름 5개월, 겨울 2개월을 보냈다. 기다려온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북미에서 해봤고, 2주 동안 미국 여행도 다녀왔다.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는 생활은 집, 카페, 마트, 산책으로 단순하게 흘렀다. 그 사이 매일 개발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다. 직접 만든 앱을 켜고 오로라를 관측한 날도 있었다. 오래 꿈꿔온 장면이 현실이 됐지만, 사업의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경험과 수익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배웠다.
한국에서 짧은 여행을 하며 제품을 쏟아내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광주, 전주, 제주도, 부산에서 짧게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했다. 영화제를 보고 자연을 즐기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기존 앱들이 아쉽게 느껴질 때마다 지금 내 일상에 필요한 앱을 만들었다. 한국 제철음식 앱, 영화제 정보를 그룹으로 공유하는 앱, 픽셀 아트 운동 위젯처럼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으로 옮겼다.
여러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수익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젝트 하나에 집중하고 SNS 활동을 늘렸다. 매출이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떠날지, 1인 창업가로 제품을 더 키울지 고민하기도 했다.
내가 쓰고 싶은 앱에서, 사람들이 쓰고 싶은 앱으로
새로운 기술을 써보고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삶은 여전히 재미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쓰고 싶은 앱을 계속 만드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질문은 내가 좋아하느냐를 넘어, 다른 사람이 왜 이 앱을 필요로 하느냐는 것이다.
첫 프로젝트가 잘됐던 이유도 다시 생각해봤다. 아주 넓은 대상을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작은 취향 공동체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제품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아이폰으로 바꾼 뒤에는 완성도 높은 앱을 접하고 사용성을 관찰하기도 더 쉬워졌다.
다음 3개월 동안 해볼 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1인 빌더로 사는 기간도 길어진다. 편안함은 좋지만, 그만큼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기도 쉽다. 내년에는 치앙마이나 디지털 노마드가 많이 모이는 도시에 가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
그 전에 남은 3개월 동안은 앱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려 한다. 이미 만든 제품의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찾고, 각 제품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필요한지 뾰족하게 다듬을 생각이다. 반복해서 하는 일은 에이전트 봇으로 자동화해 제품을 살피고 개선하는 데 쓸 시간을 만들고 싶다.
전업 인디 개발자로 보낸 2년은 자유와 시행착오가 함께한 시간이었다. 여행도 했고, 여러 제품도 만들었고, 내 앱으로 오로라도 봤다. 이제는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기꺼이 계속 쓰는 제품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
2026년을 마무리할 때쯤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면서도 여전히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