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4년의 1분기의 마지막인 3월이 되었다. 작년 말 내가 예상했던 2024년과 다르게 많은 일들이 벌어져 혼란스러워하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설레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 3월 한 달을 gap month로 보내게 되었고 그 중 2주를 해외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주짓수를 수련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해외 방문 수련을 한 번쯤은 꿈꾸실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내가 치앙마이에서 주짓수를 하게 된 계기와 처음 이틀간의 이야기를 공유해보려 한다.
출발 전
여행지 선택하기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맥북 한 대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외부와의 의존성을 최소화한 환경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이 디지털 노마드를 체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판단을 하여 떠나게 되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도시를 하나 고르기 쉽지 않아 디지털 노마드를 하기 좋은 여행지들을 찾아보았다. 휴양지로 가서 문명과 단절된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번 3월에는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을 두 가지로 정리한 후 선택하기로 했다.
- 서비스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을 것(와이파이, 업무 공간 등)
- 도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글로벌한 도장이 있을 것
치앙마이로 가게 된 이유
물가가 싸고 좋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은 도시는 발리, 부다페스트, 리스본 등 정말 많다. 조건을 좁혀도 너무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ChatGPT에게 3월에 떠나기 좋은 도시들을 추천받아 태국 치앙마이로 결정하게 되었다.
내가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는 딱 세 가지이다. 물가가 싸고, 숙소 근처에 카페와 코워킹 공간들이 많고, 그리고 글로벌하게 운영되는 주짓수 도장을 도보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관광보다는 앱을 만들고 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앙마이가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도착 후
1. 일찍 일어나는 새
치앙마이는 한국보다 두 시간 느린 시간대에 있다. 따라서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에만 일어나도 이곳은 6시로 나도 모르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될 수 있다. 딱히 시차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실제로 아침을 먹으러 나가면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여 매우 만족스럽다. ㅎㅎ
2. 도장 갈 준비하기
가볍게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 20인치 캐리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도복을 넣어보니 1개 세트가 캐리어 한 면 전체를 차지하더군… 도복이 생각보다 부피가 크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내가 가려는 도장은 주 6일로 운동할 수 있어 도복을 3개 챙겨가려 했는데 눈물을 머금고 하나를 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피와 무게가 상당해서 관장님께 가벼운 도복(흰색 아디다스)과 노기용 바지를 빌렸다. 사실 노기를 아직까지 해본 적은 없는데, 혹시 도복이 마르지 않았는데 주짓수를 하고 싶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왔다. 😎
3. Pure Grappling Chiang Mai
내가 2주간 운동할 도장은 Pure Grappling Chiang Mai라는 곳이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지도자 정보, 스케줄 등 여러 정보가 잘 소개되어 있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사이트를 참고하거나 사이트 하단의 SNS를 통해 연락하면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나는 Adult BJJ & Yoga Weekly Pass를 2주 등록했고 스케줄에 있는 모든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가격은 1주일에 1200바트(4만 5천원 정도)이며, 원데이 혹은 월간 요금제도 있다. 도복도 대여해주니 더 가볍게 여행하고 싶다면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요가 클래스의 경우 인원이 적으면 취소될 수도 있으니 미리 이야기해야 한다.
4. 운동하기
첫째날
치앙마이에서 내 첫번째 일정은 주짓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장을 가니 금요일 오전이어서 나를 제외하고 3명 정도 더 있었다. 매트가 상당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도장이 2층으로 이루어져 운동은 윗층에서 하게 된다.
치앙마이 날씨가 워낙 더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에어컨, 선풍기 그리고 공기청정기가 여러대 있어 좋았다. 오전 수업은 Mark 사범님이 진행해주셨다. 보통 사이드에서 먼쪽 팔에 키락, 아메리카나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수업에서는 가까운 쪽 팔을 공격하는 암바를 더 깊이 파보자고 하셨다. 치앙마이에 오기 전, 관장님께 질문했던 기술을 다른 관점으로 배울 수 있어 정말 신기했다. 상대 등 아래에 발을 wedge로 꽂아넣어 여러 상황에서도 암바를 만들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깜짝 서브미션 기술이라며 인사이드 아메리카나라는 기술을 알려주었는데 정말 처음 보는 기술이라 신기했다. 주짓수 기술 영상을 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이 찾아봐야겠다. ㅎㅎ
둘째날
토요일 오전 수업은 관장님이신 Ryan이 진행했다. 준비 운동은 지도자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 같다. 보통 쉬림프 같은 드릴보다는 스트레칭을 더 길게 가져가는 것 같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줄을 앞쪽에 섰다가 준비 운동의 선발대를 맡아 열심히 곁눈질하며 처음보는 웜업을 따라했다. 🥲
이 날은 1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방문자들이 절반씩 섞인 것 같다. 치앙마이가 워낙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고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다보니(항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외국인 비율이 꽤 높은 것 같다. 토요일 수업은 앵클픽과 델라히바 니컷패스 후 암바와 리버스 트라이앵글로 연결하는 기술을 배웠다. 스탠딩 기술과 내가 평소에 잘 활용하지 않는 헤드쿼터 포지션이 나와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 영어로 수업을 듣고 기억까지 하려니 뇌가 과부하 되기도 하고 하하하 😅
두 번의 클래스를 들어본 결과 준비 운동을 10-20분, 기술 수업을 40-50분 그리고 별도의 오픈맷 시간에 자유스파링을 하는 것 같다. 외국의 도장에 처음 가보는 것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관장님과 관원들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재밌게 운동했다.
5. 디지털 노마드
이제 치앙마이에 온 또 다른 이유를 하러 가야겠다. 이곳은 작업하기 좋은 카페들이 정말 많다. 대부분 커피나 음료도 맛있고. 디지털 노마드를 위해 매직키보드와 스탠드를 새로 구매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어제 옆자리 분이 스탠드 마음에 든다며 말도 걸어주셨다. (실제로 치앙마이의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이 스탠드를 사용하고 있고, 미리 사가지 않으면 가서 구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한국에서 구매해갔다. 😎)
2주동안 Post Black Belt는 더 나은 주짓수 기록을 위해 발전할 예정이다. 현재 Tab View 개발을 거의 완료했고 앞으로 더 간편한 일기 작성, 구독모델 개선 그리고 여러 버그들도 잡아나갈 예정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건강하고 재밌는 주짓수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