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e Do: Todo list

지구 반바퀴를 돌아 포르투에서 2주동안 고리타분하지않은 투두 앱 만들기

서울에서 포르투갈 포르투까지의 디지털 노마드 여정, 아줄레주 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Tile Do라는 독특한 투두 앱을 만든 이야기

Published Dec 2, 2024ko-KR
지구 반바퀴를 돌아 포르투에서 2주동안 고리타분하지않은 투두 앱 만들기

올해 내가 지구 반바퀴를 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1월이 되었지만 너무 게을러 아직 보지 못한 일출을,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며 마주할 것이라고는 더욱 예상하지 못하였다. (올해 조금 더 부지런했던 내가 보았을 수도 있다.) 나는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개발자를 꿈꿨다. 그리고 지금 나의 세 번째 사무실인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떠나고 있다.

내가 처음 노마드를 시도한 도시는 태국의 치앙마이다. 2주간 홀로 해외로 떠난다는 것에 무척이나 설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의지대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우스갯소리로 개발을 취미라고 이야기하지만 노마드로 일하는 경험은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들이 너무 커보였기에 동경했던 생활을 잠시 미루고 다시 한국에 정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다. 아마 평생을 한 동네에서만 산 것이 역마의 운명을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다.

3번째 디지털 노마드를 떠나는 나의 모습은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듯이, 오히려 나는 고향에서 잘 정착할 수 있는 삶이 더 평안하지 않은가 싶다. 나는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기로 했다.


Half the World Away

2024년 나의 인생 테마곡이 된 노래가 있다. 쇼츠의 도파민 속에서 우연히 오아시스의 "Half the World Away"를 듣게 되었는데, 지금 살고있는 도시를 떠나고 싶은 화자의 이야기와 라이브 영상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재밌는 것은 영상 속 영국에서 지구를 반바퀴를 돌아오면 한국이라는 것인데, 이 사실을 깨닫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허탈했다.

이번 여행지로 포르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 서울에서 경유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지구 반바퀴 너머 도시이며, (2024년 말 기준)
  • 도보로 여행 가능하면서 디지털 노마드 프렌들리하고,
  • 한국보다는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선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예민한 동물이어서 주변 인물 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고 심지어 숨쉬는 공기조차 살아가는 것에 영항을 미치는 것 같다. 서울에서의 삶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른 자극으로 삶의 원동력을 만들 시간이라 생각한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뇌리에 박혔던 것은, Inspire 어원이 "to breathe into"로 인간에게 숨을 불어 넣다는 의미였고 현대에는 영감, 동기를 부여한다는 뜻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포르투에 있는 동안 대서양의 공기를 마시면서 새로운 앱에 대한 영감이 생겼다.

2019년 유럽

나의 첫 유럽은 기계공학도 시절 디자인-공학 협업 수업을 통해 방문한 독일이었다. (이 때도 근처 네덜란드 도시를 당일치기로 여행했는데 이번에도 경유를 한 것을 보니 네덜란드와는 스쳐가는 인연인가보다…) 그 때는 5년 후에나 유럽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개발자가 되어. 2019년은 내 의지로 새로운 시도를 처음 해본 해이다. 수많은 시험들로 다져진 K-공학도의 소거법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열거하는 방법을 배우고,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예술 작품들을 접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앱을 개발하면서 UI/UX 디자인에 아주 약간 친밀해졌지만, 그 시절의 나는 색상 하나를 선택하여도 디자이너들의 질타(ㅎㅎ)를 받을 정도로 문외한이었다.

한 학기였지만 개인적으로 그 어떤 전공 수업들보다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전공"이라는 벽이 두텁게 작용하는데, 사실 20대 초반 4년 학습한 지식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다른 분야를 학습하는 것은 인생의 상식을 넓히는 과정이다. 인디 앱을 디자인하며 5년 전 수업을 떠올리기도 하고, 포트 와인을 마시며 왜 코르크를 마개로 사용하는지 기계공학적으로 탐구해보며 인생을 더 재밌게 살 수 있다.


Tile Do

지금의 나는 만들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개발을 시작하고 4-5개의 서비스에 참여해본 것 같다. 올해의 남은 시간은 오랜만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범용적인 투두 앱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11월 초에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2-3주면 완성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0 to 1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프레임워크의 문법을 새로 숙지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지만 더 좋은 기술로 더 나은 UX(사용자 경험), DX(개발자 경험)을 만들어보고 있다. 마치 새로운 나라를 처음 방문하면 삐걱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 문화에 익숙해지고 흥미로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또 투두 앱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번 앱은 내가 가장 해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실행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포르투에 와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아줄레주라는 푸른색 타일이다. 성당, 기차역, 그리고 일반 가정집까지 도시 곳곳에서 이 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데,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룰 때 정말 아름답다. 원래는 뉴모피즘 스타일의 앱을 디자인하였으나 워낙 감각이 없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런데 아줄레주 앱 디자인은 미드저니와 함께 며칠만에 만들고 구현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이틀 전의 시점이다. 내년의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안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너무 즐겁다. 5년 전의 나도 지금의 나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지 궁금하다.

비가 오기도 하였지만 여행 내내 포르투의 날씨가 춥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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