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다시 찾아온 해외 도장 방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짧은 휴가인지라 지난번만큼 여러 번 수련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웠던 추억을 공유해보려 한다.
타이베이에 가게 된 이유
사실 나는 최근 몇 주(혹은 몇 달)간 건강에 주황불이 켜진 상태였다. 스트레스, 몸에 안좋은 음식 많이 먹기, 짧은 수면 시간 등 여러 문제들이 중첩되면서 역류성 식도염이 왔고, 어쩌다보니 기절해서 이마로 화장실 타일을 깨먹기도 했다. 글로만 적으니 상당히 심각해보이지만 (앞니도 살짝 깨져 실제로는 더 좋지 않았다 ㅎ) 깨진 타일 사진을 보며 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
올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셀프 혹사(ㅋㅋㅋ)가 누적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곧 염라대왕님과 하이파이브할 것 같아 환기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해외로 나가고 싶지만 긴 비행을 할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대만을 선택했고, 징검다리 공휴일에 연차를 사용하여 5박 6일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도장 방문기
도장 선택하기
이번 운동은 Taiwan Brazilian Jiu-jitsu Academy에서 하게 되었다. 타이베이와 가오슝 중 어느 도시를 갈까 고민하던 중 관장님이 방문해 본 도장이 있다고 해서 바로 타이베이로 향했다. 해외 방문 수련을 하면 여행할 도시, 위치를 도장 중심으로 잡으면 되어 선택지가 적어지는 장점(?)이 있다😎.
수업 스케줄은 공식 사이트에 잘 나와있고 내 첫 운동은 일요일 오후 12시 반 비기너 & 오픈 매트 클래스였다. 만약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할 수 있고 수련 비용은 1일 800 대만 달러(약 25$, 3만원)이 소요된다. 도복 렌탈도 가능하며 오전, 오후 클래스 비용이 따로 차감된다고 한다.
첫 번째 수업
처음 도장을 찾다 약간 헤맸지만 지하 1층에 위치해있고 신발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면 좌측에 신발장이 있다. 이곳은 안내 데스크, 샤워실, 사물함을 모두 갖춘 규모가 꽤 있는 곳이었다. 키즈 수업 이후에 하는 클래스여서 가족 단위로도 많이 왔고, 이후 관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40명이 넘을 때도 있다고 했다. 내가 간 날에는 나고야 대회를 나간 관원들이 있어 평소보다 적게 온 것 같았다.
새로운 도장에 방문 수련한 첫 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생각하는 주요 역량 중 하나는 눈치 살피기이다 ㅎㅎ. 지난 번 태국 치앙마이 도장 방문에서 아무 생각없이 줄을 섰다가 준비 운동 첫 타자가 되어 당황한 이후로 이제 처음 방문하는 도장에서는 유색 벨트들 뒤에서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다. 이번 도장은 매트가 2개였는데, 입장하기 전에 매트에 한 번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별도의 준비 운동은 없었고 시간이 되면 바로 수업이 시작된다.
일요일 비기너 수업은 블루벨트 사범님이 진행해주셨는데, 처음에 중국어로 진행되어서 조금 당황했다. 이후 영어를 섞어가면서 수업을 해주셨고 언어를 잘 몰라도 주짓수 용어를 알면 웬만하면 이해할 수 있어 괜찮았다. 수업 내용은 오픈가드 리커버리, 델라히바 가드에서 스윕 그리고 트라이앵글에서 스트레이트 암바 - 리스트락 - 펀치 초크로 이어지는 컴비네이션 서브미션 등을 배웠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들인데 이 도장만의 테크닉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재밌었다.
수업은 한 시간을 꽉 채워서 진행되고 이후 오픈 매트에서 자유 스파링 시간이 주어진다. 수업이 종료되고 줄을 서서 관원들에게 인사를 한바퀴하는데 서로 팔을 부딪히며 謝謝(Xièxiè)라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범님의 국적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마무리하는 것 같다 🇹🇼
스파링 시간
스파링은 5분씩 자유롭게 진행되며 역시 모두가 아시다시피 눈을 마주치면
시작된다. 도장에 유색벨트 비중이 높아 가볍게 롤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재밌게 운동했다. 그 중 옐로우, 그레이 벨트 청소년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5년, 7년 정도 운동을 한 선배들이었다. 평일 저녁마다 온다고 했는데 내
스케줄이 되지 않아 한 번만 본 것이 매우 아쉬웠다.
청소년 친구들은 스트라이프가 없길래 나는 두 개나 있다고 자랑도 했다 (못된
어른 ㅎ)
이 중 한 친구가 한국의
프라이밋 도복을 입고 있길래 어머님께 여쭤보니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그 외에도 한국 도복을
입고 있는 관원들이 몇몇 보여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소요롤을 입었다 ㅎ
스파링이 끝나고 호주 출신 관원과 이야기해보니 화요일 intermediate 수업에는 이번 나고야 시합을 다녀온 일본인 브라운 벨트 사범님이 수업을 진행해주신다고 했다. 여행 내내 좋은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운동을 몇 번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좋은 사범님이라고 추천해주어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베이 여행기
대만에 건강을 회복하려 왔지만 사실 아직까지 역류성 위염이 나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온 기분을 내기 위해 밀가루면, 맥주 그리고 커피까지 마시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커피를 탕약같이 따라서 주는데 진하고 맛있었다 🤩.
타이베이는 공공 자전거와 자전거 도로가 매우 잘 되어있다. 나는 걸어다니는 것을 워낙 좋아하여 자전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현지에 사는 관원은 자전거를 타는 것을 매우 추천했다. 추후 타이베이를 다시 방문한다면 타보아야겠다.
마무리하며
Post Black Belt를 만드는 이유
사실 요즘에는 예전만큼 주짓수가 미치도록 재밌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 앱을 만드는 이유는 "주짓수를 하는 사람들이 더 즐겁게 수련하고 좋은 기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1년 전까지는 주짓수 기술을 기록해서 "잘"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사고를 바꾸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추억"을 기록하여 주짓수를 오래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다. 흔한 블루벨트의 주짓수 권태기랄까.. ㅋㅋㅋ 🤣
가장 처음 주짓수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Win or Learn"이라는 사고방식이 좋아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승부에 압박을 느끼고 부상 당하면서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해외 방문 수련을 가면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스파링을 하다보니 한 번씩 환기가 되기도 한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의 Post Black Belt는 더 즐겁고 재밌는 주짓수를 위한 기능들에 집중해보려 한다.
업데이트 소식 / 추후 계획
최근 약 한 달 만의 업데이트가 있었다.
사실 대만에서 내가 사용할 기능들을 추가 오랫동안 사용자들이
요청해준 사진 저장 기능인데, 이 기능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타임라인 탭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Post Black Belt를 유료 구독해주는 분들만 사용할 수 있는데, 물론 수익화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앱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혼자 앱을 운영하다보면 비용이 발생하는 순간 매우 큰 부담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비용이 발생하는 사진 업로드, 일기 및 검색 무제한 사용 등과 같은 기능들은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더 오래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한 개발자의 선택임을 감안해주면 감사하겠다. 유사한 이유로 사진 업로드 화질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내가 사용하기에도 너무 불편하여 고화질로 개선했다.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이니 편하게 말씀해주면 된다.
작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Post Black Belt를 구독해주는 사용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커피 탕약☕️처럼 여러분의 주짓수 여정에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지켜봐주면 좋겠다.